반 고흐 <꽃피는 아몬드 나무 Almond Blossoms>
고흐는 생전 유일하게 판매된 작품은 <아를의 붉은 포도밭>입니다. 그림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음도반 고흐가 화가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4세 어린 동생 테오의 후원 때문이었습니다. 테오는 파리 구필 화랑에서 그림을 판매하는 화상이었습니다. 반 고흐의 삼촌 빈센 트 빌렘 반 고흐와 파리의 화상인 아돌프 구필이 동업해 만든 구필 화랑은 네덜란드 화가들의 그림을 프랑스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곳이었습니다. 나름 실력을 인정받던 테오는 매달 약 6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으면서 형 빈센트 반 고흐가 화가로 꿈을 이루도록 생활비로 매달 약 150만 원 정도를 9년간 지원하였습니다.
1888년 반 고흐는 화가 공동체를 꿈꾸며 프랑스 남부 아를로 이주하였는데 고갱과의 불화로 자신의 귀를 자르게 됩니다. 그후 인근 생레미드프로방스에 있는 생 폴 정신병원에 입원한 반 고흐는 모든 것을 포기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1890년 1월, 반 고흐는 동생 테오로부터 기쁜 편지를 받습니다. 테오는 자기 아들이 태어났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며 이름을 형을 이름을 따 빈센트 반 고흐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빈센트’라는 이름의 어원은 라틴어 ‘빈첸시오(Vincentius)’로 승리를 나타냅니다.
반 고흐는 조카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기뻐하였지만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화가이기에 조카의 침실에 걸어둘 그림을 그려 선물하는데 <꽃피는 아몬드 나무>입니다.
아몬드꽃은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며 추운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봄날이 왔음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보호막이 되어줄 잎보다 연약한 꽃이 먼저 피어나 차갑고 매서운 겨울바람을 다 견뎌내야만 합니다. 그래서 강한 생명력으로 피어난 아몬드꽃은 '희망'과 '건강'을 상징합니다. 아마도 반 고흐는 추운 1월에 태어난 조카가 아몬드꽃의 상징처럼 희망을 가득 안고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하얀 꽃들이 나뭇가지에서 만개하는 장면은 생명의 탄생과 생명력을 드러냅니다. 작품을 직접 가까이에서 보면 파란 배경이 설렘으로 가득 찬 율동적인 붓질로 되어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연두빛의 연약한 나뭇가지는 정성스런 붓질로 파란 하늘을 뚫고 조심스럽게 하지만 굳건하게 자라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흐 자신도 편지에서 평온한 마음과 안정적인 터치로 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배경에 아무것도 없이 나뭇가지만이 화면 안에 들어선 구성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이었습니다. 당시 풍경화는 나무와 함께 들판도 있고 원근감 있게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고흐의 다른 그림들도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벽지 같아 보입니다. 일본의 목판화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데 고흐는 무언가 독특하고 이국적인 작품을 조카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형으로부터 이 그림을 선물받은 테오는 무척 기뻐하며 집에 걸어두었습니다. 빈센트 빌럼 반 고흐(1890-1978)는 이 작품을 보면서 성장하였습니다. 그는 33세의 나이로 사망한 아버지 테오 대신 어머니와 함께 고흐의 작품을 아무 데나 작품을 팔아 버리지 않고 고이 간직했습니다.
고흐의 작품을 알리고 재평가받을 수 있도록 큰 미술관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여 드디어 1962년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이 고흐의 작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며, 미술관을 짓게 됩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1973년 반 고흐의 전문 미술관이 완성되자 빈센트 빌럼 반 고흐는 83세의 나이로 미술관 개관식의 테이프를 자르게 됩니다. 아몬드 나무가 전달한 사랑이 피운 꽃우게 된 것이지요.
이 그림은 휴대폰 케이스, 컵, 카페의 벽지 등 수많은 아트 상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 집에도 댈러스 미술관 포스팅에서 구매한 <꽃피는 아몬드 나무> 굿즈와 아래 사진의 반 고흐의 그림이 있는 노트가 있답니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