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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Arnolfini Portrait>

클래식아트 2025.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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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은 부유한 사람이었던 아르놀피니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그린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세밀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 속에 있는 다양한 물건들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lt;부부의 초상&gt;이란 그림을 보여주는 이미지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1434년, 82 x 60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반 에이크(an van Eyck, 1395~1441)는 외교 업무를 수행했기에 남긴 작품은 많지 않지만 그 영향력은 막대했습니다. 당시 많이 사용하던 템페라(안료에 달걀노른자와 물을 섞어서 그림)가 아닌 안료에 아마인유라는 기름을 섞어서 만든 유화 물감을 사용하여 매우 섬세한 표현을 하게 그릴 수 있었습니다. 크지 않은 화폭에 사진으로 찍어도 이보다 나을 수 없을 정도로 잘 그렸을 뿐만 아니라 결혼에 대한 많은 상징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방 안의 오른쪽에는 붉은 침대가, 천장에는 촛대가 달린 샹들리에가 있습니다. 두 남녀는 손을 맞잡고 정면을 향해 서 있습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닯은 남자는 맹세라도 하듯 오른손을 세워 가슴 앞에 두었고, 여자는 왼손으로 치맛자락을 들고 있습니다. 그 앞에는 귀여운 강아지와 남자 것으로 보이는 나막신(직업 활동을 암시)이 있고, 그들 뒤로는 여자 것으로 보이는 빨간 슬리퍼(가정과 가족을 돌보는 여성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표현)가 있습니다. 많은 유럽 지역에서는 실내에서도 신을 신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두 남녀가 신을 벗었다는 건 뭔가 특별한 의식을 치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림 속의 남녀는 부유하다는 것은 그림 곳곳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옷감은 고품질의 재질이며, 방 안에는 거울과 바닥의 아니톨리아 양탄자, 천장의 대형 황동 샹들리에, 정교한 침대 커튼, 의자와 벤치에 새겨진 조각, 거울, 오렌지 등은 그들이 경제적으로 부유하였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부유한 남녀가 누구인 지에 따라 그림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가장 먼저 그림 속 인물을 조반니 디 아리고 아르놀피니(Giovanni di Arrigo Arnolfini)와 그의 아내 조반나 체나미Giovanna Cenami라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두 남녀는 결혼 서약식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내의 배가 볼록 튀어 나온 것이 임신한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당시에는 이런 식으로 옷을 입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불타고 있는 초 한 개가 보입니다. 결혼식용 초이자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신의 지혜를 상징하는 것으로 또한 아내가 아이를 갖게 될 것이라는 축복의 뜻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개는 결혼에 대한 충실과 정절을 상징합니다. 이제 결혼을 했으니 서로에게 충실하라는 것이지요.

 침대 기둥에 조각된 인물 조각은 임산부와 출산의 수호성인 성 마르가리타(Se Magare)인데, 아기가 태어날 것임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창가에 놓여 있는 한 개의 사과는 아담과 이브가 죄를 짓게 만든 과일입니다. 죄 짓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나게 합니다.

  거울 옆에 있는 호박 구슬 장식은 주기도문의 일종인 묵주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해 보면 이 그림은 기독교적 결혼 생활에 충실하라는 그림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식은 1447년이라는 증거가 발견됩니다. 화가가 죽고 난 이후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에 1434년에 그려진 이 그림은 조반니 디 니콜라오 아르놀피니(Giovanni di Nicolao Arnolfini)와 그의 아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아내가 그의 첫번째 부인 코스탄자 트렌타(Costana Trenca)는 그림이 그려지기 1년 전인 1433년에 사망했습니다. 그가 두 번 결혼했다는 기록은 없지만 두 번째 아내로 추정할 수밖에 없게 되네요.

 

샹들리에를 확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미지
샹들리에를 확대한 모습

 

 

  그런데 또다른 해석이 제기되는데 그림 속 첫번째 부인이었던 코스탄자 트렌타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편이 죽은 아내를 추모하기 위해 그림을 주문한 것이 됩니다. 샹들리에를 자세히 보면 남편 쪽의 촛불이 타고 있는데 아내 쪽의 촛불은 꺼져 있네요. 아내가 죽었다는 것을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또한 샹들리에 아래 벽쪽에 거울이 걸려 있습니다. 거울의 주변에는 예수께서 수난을 받는 장면이 10개가 그려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예수가 살아 있는 장면은 남편 쪽에, 예수가 죽임을 당한 장면은 아내 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부부 발 앞에 있는 개도 충실과 정절이 아닌 죽음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데, 개 조각상이 고대부터 여성 무덤에서 자주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거울 부분을 확대하여 보여주는 이미지
거울 부분을 확대한 그림

 

 

  그림 속의 남녀에 대하여 세 가지 주장 중 어느 것이 사실일까요?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주장들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로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아르놀피니 부부 외에 두 사람이 더 있습니다. 두 사람은 누구일까요? 한 사람은 파란 옷을 입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빨간 옷을 입고 있습니다. 이 중 한 명은 화가 자신입니다. 거울이 붙어 있는 바로 위에는 “얀 반 에이크가 여기 있었다. 1434년”이란 문구가 쓰여 있네요. 화가가 자신의 작품이란 것을 재치 있게 표현했네요. 빨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화가라고 주장하는데, 화가 얀의 자화상에서 빨란 옷을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은 크지 않은 화폭에 사진을 찍은 것 같은 정밀한 묘사와 다양한 상징이 가득합니다. 그 의미가 결혼식 장면인지 아니면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사랑의 마음을 담고 있는지 알송달송 합니다.

 

  현대적 관점에서 그림 속의 부부의 모습이 예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신랑과 신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축복하는 의미로 감상하거나 사랑하는 아내를 추모하는 것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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