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 <폴리 베르제르 술집 A Bar at the Folies-Bergère>
인상주의 화가 프랑스의 에두아르 마네의 후기 대표 작품인 <폴리 베르제르 술집>을 알아볼까요?
이 그림은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가 매독으로 고통 속에서 그렸던 최후의 걸작입니다. 마네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였던 파리 시민들이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파리의 폴리베르제르는 10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술집, 카페, 카바레, 서커스 공연장입니다. 그림의 왼쪽 상단 모서리에는 그네를 타는 곡예사의 다리는 다리가 보이네요. 19세기말 예술가, 연예인, 정치가, 사교계의 일원들이 사치와 향락을 쏟아낸 가장 유명한 사교의 장인데, 찰리 채플린, 엘튼 존 등이 공연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마네는 이 술집에 설치된 최신 전기 조명을 강조하고 있네요. 화려한 조명 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여흥을 즐기고 있지만 그림 속의 여자의 모습은 왠지 무표정하고 힘들어 보입니다. 실제 이 여인은 전문 모델이 아니라 바텐더였는데, 마네의 요청으로 모델을 서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그림의 대부분은 이 여인 뒤에 있는 큰 거울에 반사된 모습입니다. 마네는 거울에 비친 여인의 실제 모습을 오른쪽으로 옮겨놓았고 몸을 약간 기울인 것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거울을 통해서 보여진 바텐더는 중산모를 쓴 손님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그림 중앙에 보이는 바텐더의 모습은 그녀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바텐더에게 폴리베르제르는 즐기며 먹고 마시는 여흥의 장소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해 고되게 서서 일하는 삶의 현장입니다. 당시 댄스홀이나 카페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매춘을 하는 것은 흔히 볼 수있는 광경이었다고 합니다. 바텐더는 몸에 꼭 맞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어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두드러지게 강조합니다. 귀걸이와 커다란 가슴을 장식한 코르사주도 매우 화려합니다. 이런 외형적인 모습과 달리 바텐더는 자신의 감정을 애써 감추고 무표정한 채 서 있는 것입니다. 빨리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지도 모릅니다.
화려하고 흥겨운 술집에서 씁쓸해 보이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서 마네는 자신의 심정을 표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당시 마네는 온몸이 매독으로 썩어 들어가는 고통 속에 있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는 순간 마네는 현장에서 작업을 할 수 없어 자신의 작업실에 폴리베르제르의 대리석 바를 설치해 놓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마네는 테이블 위의 사물들과 바텐더의 정적인 모습은 섬세하게 표현하였지만 빽빽하게 가득 찬 술집의 손님들은 거친 붓 터치를 사용해 그렸습니다. 이러한 대조를 통해서 마네는 술집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바텐더의 심리 상태가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질병 때문에 현장에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마네가 기억에 의존하여 그림을 그려야 했기에 손님들을 가물거리고 흐릿한 이미지로 표현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는 거울 속에서 왜곡되게 그려진 것들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네가 원근법을 무시하고 그림을 그렸기에 비평가들의 비난을 많이 받았으나 새롭게 당시 파리의 사람들의 삶을 매력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참고로 왼쪽의 포도주 병에는 마네가 서명을 해 놓았다고 합니다.
술집에서 일하는 바텐더의 모습을 심리적인 상태와 거울 속의 현실로 동시에 표현하고, 그녀의 모습과 손님들이 모습을 대조시키는 구조는 정말 탁월하다는 감탄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