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트 모리조 <요람 The Cradle>
베르트 모리조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요람>은 1874년 4월 파리에서 열린 제1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입니다. 30 여명의 인상파 화가들이 참여하였는데, 그중 유일한 여성 참가자는 베르트 모리조였습니다. <요람>은 편안한 분위기와 모성애이라는 주제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사실은 형식적인 것 평가일뿐이었습니다.
그림의 배경은 하늘거리는 커튼이 있는 방입니다. 현대적인 드레스를 입은 여성과 요람 속의 아이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19세기 중산층 가정의 모습입니다. 엄마는 하얀 망사 천으로 가려진 잠든 아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림의 실제 인물은 모리조의 언니 에드마이고, 아기는 그녀의 딸 블랑슈 Blanch입니다. 에드마가 출산을 위해 파리에 있는 친정을 머무르고 있을 때 그려진 작품입니다. 모리조와 에드마는 어릴 때부터 함께 그림을 배우고 화가를 꿈꿨던 동료이기도 했습니다.
이 그림의 구도는 삼각형 구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삼각형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자주 사용하던 완전하고 안전한 구도입니다. 에드마의 몸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고, 요람의 베일과 커튼 자락도 역시 삼각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요람이 아기를 보호하는 안전한 공간인 것처럼 엄마도 아기도 같은 삼각형 구도를 이루어 엄마와 아이의 유대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요람의 베일은 살짝 젖혀져서 엄마는 아기를 잘 볼 수 있어 안정적인 느낌을 갖게 합니다. 또한 엄마가 왼쪽 판을 괸 채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이가 왼팔을 들고 있는 모습과 대칭을 이루며 두 사람 간에 따뜻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요람의 베일과 커튼 자락은 흰색인데 반해 에드마의 옷은 진한 청색으로 대비되는 색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상파 화가의 그림이기에 빛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리조의 많은 작품에서도 순간의 빛을 포착하는 인상파의 특징이 나타났는데 <요람>이란 작품에서는 원래의 고유한 색과 빛에 반사된 색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구도적인 측면에서 엄마와 아기는 안정감을 이루고 있지만 엄마의 표정을 한번 자세히 관찰해 보세요. 엄마가 아기를 바라보는 표정이 마냥 행복하게만 보이지 않습니다.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약간 피곤해 보이고도 합니다. 처음으로 엄마가 된 불안감일까요? 아니면 더이상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언니 에드마의 씁쓸한 심경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작품을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가에 대하여 보다 자세하게 알 필요성이 있습니다. 베르트에 대하여는 아래의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요람>은 전시회 때 판매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에드마와 그녀의 딸 가족이 간직하고 있다 1930년 루브르 박물관에 팔렸습니다. 그후 인상주의 그림들을 모아 전시하는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