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의 <창가의 여인 Woman at a Window>
사람의 뒷모습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창가의 여인>이란 작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9세기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풍경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는 초자연적인 풍경 속에 인물은 대부분 뒷모습만 보여줍니다. 그가 그린 작품 속 인물은 산 정상에서도, 바닷가에서도, 집 안에서도 늘 뒤돌아 서 있습니다.
프리드리히는 30대에 베를린 예술원의 회원이 되어 일찍이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었지만, 스케치를 하기 위해 산과 바다로 바쁘게 돌아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결혼할 때를 놓쳐 43세에 19세 연하의 카롤린 보머를 만나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결혼 후 그는 세 자녀를 두었지만 스케치를 하기 위해 수시로 집을 비웠습니다. 그러니 카롤린은 늘 외로웠을 것입니다.
프리드리히가 48세, 즉 결혼한 지 4년이 되었을 때 그린 <창가의 여인>은 그의 아내 카롤린입니다. 카롤린은 그의 수많은 작품에 등장하는데, 결혼 이후 인물에 보다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 작품은 엘베 강이 내려다보이는 드레스덴의 아파트에서 카롤린의 뒷모습을 그렸습니다.
단정하게 머리를 올린 카롤린은 열린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실내과 창 밖의 풍경은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 단절된 상태가 아니라 열린 창문을 통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초록 드레스를 입은 카롤린의 모습은 사색에 잠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몸은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 있는데 배의 돛대는 미세하게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창문 밖으로는 풍경과 배의 돛대가 보입니다. 얼핏보면 배의 돛대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프리드리히가 남긴 스케치를 통해 돛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리드리히는 자신의 작품에서 종종 종교적인 모티프를 사용하였는데, 열린 창문 위에 있는 창유리의 십자가는 기독교적 상징입니다. 신앙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여 열려진 창문을 통해 보는 것보다 창유리의 십자가를 통해서 바깥 풍경이 더 크게 그러져 있는지도 모릅니다(위의 스케치의 비금과 비교도 가능). 엘베 강에 떠 있는 배의 돛대도 역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배는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거나 영적인 깨달음을 열망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카롤린은 평생 그녀의 고향인 드레스덴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어쩌면 사랑하는 아내가 드레스덴의 집에 머물러 있어도 그녀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을 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화가인 프리드리히 자신의 은유적인 자화상일 수도 있습니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프리드리히는 창가에 선 아내의 쓸쓸한 뒷모습을 화폭에 정성스럽고도 곱게 담았습니다. 어쩌면 고독했던 화가 자신의 은유적 자화상일 수도 있다. 꾸미거나 속일 수가 없는 뒷모습은 앞모습보다 훨씬 정직합니다. 평생 고독 속에 살았던 프리드리히에게 뒷모습은 자신의 우울한 표정을 들키지 않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으며 가장 진실한 표현 방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프리드리히의 그림은 새로운 양식의 그림들이 나타나면서 잊혀져 갔습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초현실주의 미술과 실존주의자들에게 영향을 주면서 재평가받았고, 1970년 대 이후에는 독일 낭만주의 미술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면서 독일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이 되었습니다.
작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