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 하예즈의 <키스 Il Bacio> (faet. 1895, 1861, 1867년 작)
사랑하는 연인이 키스를 통해 깊은 사랑을 나누는 것 같지만 그 이상의 깊은 의미가 담겨지 있는 하예즈의 대표작 키스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키스를 하는 명화가 많이 있지만 이탈리아인들은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키스 Il Bacio를 가장 좋아하여 1위로 선정했습니다. 얼핏 보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사랑하는 연인이 키스를 하는 로맨틱한 장면으로 보이지만, 이 그림에는 숨겨진 정치적 메시지가 있습니다.
프란체스코 하예즈 Francesco Haycz, 1791-1882는 주로 밀란에서 활동한 낭만주의 화가로서 종교, 역사,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림은 얼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19세기 이탈리아는 하나의 국가가 아닌 여러 군소 국가로 분열되어 있었습니다. 하예즈가 살고 있던 밀라노는 나폴레옹 체제 붕괴 후 오스트리아의 지배 아래 있었고 자유주의 물결과 함께 통일의 기운이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민족의식을 일깨운 것은 프랑스혁명의 자유와 평등사상이었죠. 밀라노는 프랑스와 동맹을 맺었던 시기였는데, 밀라노 공국의 백작 알폰소 마리아 비스콘티 Afonso Matia Viscont는 하예즈에게 동맹이 주는 희망을 묘사한 작품을 의뢰하게 됩니다. 그래서 탄생한 그림이 <키스>입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오스트리아 제국에 대항해 전투에 나가는 이탈리아의 젊은 병사가 연인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굿바이 키스를 하는 찰나인 듯합니다. 이들이 입고 있는 의상은 중세 시대의 것입니다. 이 시기의 예술계에서는 사랑의 장면을 당시 배경으로 설정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그림이 허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하나의 위장술이었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계단을 향해 남자가 한쪽 발을 올려놓았는데 곧 어디론가 가야 할 것만 같습니다. 키스하는 순간에도 여인은 눈을 뜨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보기 위한 것일까요? 그림의 왼쪽에는 어둡게 그려진 사람이 있는데, 동료 남성이 아니라 여성입니다. 두 사람의 이별을 마음 아파 하는 것 같네요.
두 사람의 로맨틱한 키스 장면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여성의 드레스입니다. 드레스에 비치는 광택이나 주름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젊은 군인이 입고 있는 초록색과 빨간색 옷은 이탈리아의 국기를 상징하고, 여자가 입고 있는 파란색과 하얀색 옷은 프랑스 국기를 상징합니다. 두 사람이 열정적인 키스를 하는 것은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동맹을 맺음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여자 뒤로 보이는 그림자는 곧 패배하게 될 오스트리아를 암시합니다. 그렇다면 작품은 이탈리아가 프랑스의 도움을 받아 오스트리아의 지배로부터 벗어난다는 독립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는 그림입니다.
특히 하예즈는 아버지가 프랑스인이었고 어머니는 이탈리아인이었기에 두 나라가 협력하여 독립과 통일을 이룬다는 것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을 것입니다. 하예즈의 그림은 미술 기법보다는 주제에 대한 극도로 세밀한 묘사와 미세한 감정까지 담은 정교한 표현으로 당시 이탈리아를 통일하고자 했던 애국자들에게 큰 찬사를 얻었고, 이 작품으로 낭만주의시대 이탈리아 회화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사를 남긴 화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예즈는 같은 주제로 네 가지의 다른 그림을 그렸습니다. 1895년에는 <키스>의 유화 버전이 가장 먼저 그려졌고, 같은 해 그린 수채화 버전은 사랑하는 연인의 언니 결혼선물로 그린 것입니다. 1861년 이탈리아 통일이 진행되는 시기에도 <키스>를 그렸고, 이탈리아 통일이 완료되었던 1867년에도 <키스>를 그렸습니다. 이중에서 1859년 유화 작품이 가장 유명합니다.
같은 장면처럼 보이지만 이탈리아가 독립 후 완전히 통일되는 과정에서 그렸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1861년 작에서 소녀의 흰 드레스는 이탈리아를 떠올리게 하는데, 세 번째 버전에서는 젊은 연인의 녹색 망토, 빨간 스타킹, 계단의 흰 드레스가 교차하여 삼색의 색상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시면 군인은 단검(여인의 왼쪽 허리 부분)을 차고 있는데, 1867년 작품에서는 단검이 없습니다. 완전히 통일되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