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에버렛 밀레이의 <마리아나 Mariana>
셰익스피어의 연극에 영감을 받아 <마리아나>라는 시가 탄생하였고, 그 시에 영감을 받은 밀레이는 <마리아나>라는 그림을 남겼습니다. 우리에게는 어떤 영감을 주게 될지 기대가 되지 않으세요?
섬세한 기법과 색채의 마법으로 유명한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1896)는 어릴 때부터 천재적인 그림 실력을 드러내었습니다. 그가 9살 때 어머니가 왕립예술원을 찾아가 입학시켜 달라고 요구할 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이기에 다른 학교에서 기초 미술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2년 후 밀레이는 열한 살의 나이로 왕립예술원에 들어갔는데, 왕립예술원 역사상 최연소 입학이었습니다.
하지만 밀레이는 왕립예술원에서 주로 가르치는 인간과 자연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묘사하는 르네상스 미술에 반감을 가졌습니다. 그는 1848년 친구들과 함께 의기투합해 라파엘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를 창립하여 자연과 사람을 실제에 충실하게 묘사하려 노력했습니다. 라파엘전파는 라파엘로 이전의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화풍을 추구하는 화파입니다.
밀레이의 작품 중 <오필리아 Ophelia>가 가장 유명하지만 <마리아나>도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입니다. 이 그림을 보았을 때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이 일을 멈추고 허리를 펴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을 주제로 포스팅을 하려고 했던 원래의 목표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잠시 쉼을 누리는 것이 아름답고 행복한 일상이라는 것을 나누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1830년 알프레드 테니슨 경은 "Mariana"라는 시를 썼습니다. 이 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연극 <Measure for Measure>에서 영감을 받아 쓴 시입니다. 연극 속의 마리아나는 약혼자 안젤로에게 거절 당한 여인입니다. 시의 내용을 잠시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그녀는 말한다. 내 삶은 다 망가졌어 라고
그는 오지 않을 거야 라고
그녀는 또 말한다. 난 지쳤어 지쳤어
차라리 죽을 수 있다면 이라고."
밀레이의 <마리아나>는 테니슨(Alfred Tennyson)의 시 <마리아나>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입니다. 약혼자 안젤로에게 거절당한 마리아나는 외로운 삶을 삽니다. 마리아나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된 방에서 자수로 소일을 하다가 잠시 일어서 허리를 펴고 있는 장면입니다. 파란 드레스를 입고 단정하게 묶어 올린 금발머리를 한 채 허리를 가볍게 젖히는 여인의 모습은 우아해 보입니다. 고단한 몸을 펴려고 손을 짚은 늘씬한 허리도 여인의 우아함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하지만 여인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우수에 찬 느낌입니다. 창밖의 풍경과 방안에 날아든 낙엽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계절은 가을입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쓸쓸한 가을 마리아나는 자수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사랑하는 연인을 잊지 위해서 자수를 놓았을지도 모릅니다.
마리아나가 작업하는 방의 창문은 뾰족한 아치형의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된 것이 특이합니다. 주로 성당이나 교회에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밀레이는 옥스퍼드의 머튼 컬리지 예배당에서 수태고지 스테인드 글라스를 사용하여 창을 묘사했습니다. 이것은 성모 마리아의 잉태와 파혼을 당해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마리아나의 운명을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스테인드 글라스, 벨벳벽지, 자수품 등 고딕 디자인과 장식공예 기술을 반영하고 있으며, 밀레이의 정밀하고 섬세한 기법과 색채의 마법을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지금까지 <마리아나>라는 작품을 소개해 드렸는데, 그 내용을 자세히 알고 나니 그림이 새롭게 보이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