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스 할스의 <웃고 있는 기사 Laughing Cavalier>
이번에는 네덜란드에서 유명한 초상화 화가였던 프란스 할스의 <웃고 있는 기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안트베르펜에서 태어나 하를럼에서 활동한 할스(Frans Hals, 1580-1666년)는 렘브란트 이전 네덜란드 최고의 초상화가였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도 않았고 가정적으로도 행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할스는 아무런 데생 없이 캔버스에 곧바로 그리기 시작하여 인물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인물의 사실적인 현장감을 잘 표현한 화가로 유명합니다. 특히 그는 대형 집단 초상화로 명성을 떨쳤지만 <웃고 있는 기사>는 그의 상징적인 작품입니다. 미국의 미술사학자 세이무어 슬리브(Seymour Slive)는 바로크 초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평가합니다. 18세기 후반까지 초상화에 등장인물의 웃는 모습이 거의 그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작품은 특별합니다.
고급스러운 의상을 입은 젊은 남자가 살포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미소를 짓는 가장 유명한 여성의 초상화가 <모나리자>라면, 남성 초상화의 걸작은 <웃고 있는 기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로 치켜 올라간 콧수염을 표현되는 익살스러운 표정이 압권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성의 정체를 알아볼까요? <웃고 있는 기사>라는 제목은 이 남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인이나 관리, 또는 부유한 상인의 초상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정확한 신분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정교하게 수놓아진 자수, 레이스 칼라, 커프스로 판단했을 때 그는 부유하고 유행에 민감했던 젊은이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감과 유머 넘치는 표정, 위풍당당한 포즈, 내려다보는 시선, 위로 올린 모자와 콧수염 등도 그는 귀족이나 기사는 아닐지라도 부유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오른쪽 상단에서 약간의 모델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라틴어로 된 문구를 통해 그가 26세이고 1624년에 그려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약혼 초상화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매를 장식한 화려한 자수입니다. 자수에는 사랑의 즐거움과 고통을 상징하는 벌, 화살, 하트, 타오르는 횃불, 연인의 매듭, 불꽃의 혀 등이 문양들이 빼곡히 수놓아져 있습니다. 기둥이나 피라미드는 힘을 상징하며, 수호신인 머큐리의 모자와 지팡이는 행운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하였을 때 이 그림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선물이거나 청혼을 위한 목적으로 주문 되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할스의 작품은 그가 사망한 이후 잊혀져 갔는데, 이 작품은 은행가, 외교관, 미술수집가였던 콩트 우어탈레스-고르기에(comte de Pourtales-Gorgier, 1776–1855)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사망한 지 10년후 그의 유언에 따라 그의 소장품은 파리에서 경매에 부쳐졌는데, 하트퍼드 후작이 높은 가격에 구매하여 할스의 작품이 인상파 화가들에 의해 재평가되었습니다. 1872-75년 런던의 베스날 그린 박물관(Bethnal Green Museum)에 공개되었을 때 모델의 복장과 자세 때문에 <남자의 초상>이란 제목으로 불리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