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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 묵상> 누가복음 24장 엠마오의 저녁식사 카라바조

클래식아트 2025.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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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바조는 누가복음 24장의 내용을 토대로 부활하신 예수께서 두 제자와 엠마오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그림을 남겼습니다. 그는 두 개의 그림을 남겼는데 1606년에 먼저 그려진 작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누가복음 24장에서 두 제자는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로라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낯선 사람이 나타나 성경에 대하여 이야기를 합니다. 낯선 사람은 예수님인데 알아보지 못했지요. 그렇다면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부활하기 전과 달랐다는 것이네요. 날이 저물가 두 제자와 예수님은 저녁을 함께 먹게 됩니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식탁 위에서 감사 기도를 드릴 때에 두 제자가 예수님을 알아보고 깜짝 놀라는 장면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1601년에 그려진 &lt;엠마오의 저녁식사&gt;를 보여주는 이미지
엠마오의 저녁식사, 141 x 196cm, 1601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사실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젊고 위엄이 없어 보이는 예수의 모습이 가볍게 느껴지고, 식사기도를 하는 예수님의 모습도 낯설기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카라바조는 여러 상징들을 통해 기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왼쪽에 있는 제자는 놀라서 의자에서 막 일어서려고 합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반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함을 암시합니다. 오른손 팔꿈치의 옷이 해어진 것은 제자의 검소한 삶을 상징합니다.

 

  오른편에 있는 제자는 놀라서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있습니다. 이 자세는 십자가 위에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당한 예수 그리스도의 자세를 반영한 것입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따라서 예수님과 하나가 되어야 함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의 가슴에는 조개껍데기가 보이네요. 중세 기독교와 르네상스 예술에서 조개껍데기는 순례와 관련된 상징으로 자주 사용되었다. 성 야고보 묘지가 있다고 알려진 산티아고를 찾는 순례자들은 일종의 기념품으로 조개껍데기를 구입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조개들이 죽은 야고보의 시신을 보호한 덕분에 손상되지 않고 물 위에 떠올려졌다는 이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그림에서 조개껍데기는 순례와 신앙 여정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제자와는 대조적으로 당황하지 않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예수 옆에 서 있는 사람은 여관 주인으로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사람을 상징합니다. 여관 주인은 성경에 등장하지 않지만 카라바조의 그림에 그려진 것처럼 예술 작품에 종종 등장합니다. 여관 주인은 예수님과 그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표정한 것입니다.

 

  하얀 식탁보 위에 과일과 음식들이 놓여 있습니다. 특히 성찬식을 위한 빵과 포도주가 두드러져 보입니다. 그리고 바구니에는 사과, 포도, 무화과, 석류, 배 등의 여러 과일들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과일들은 신학적 의미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과는 아담과 하와의 타락과 원죄를 상징하며, 포도는 그리스도의 피와 그의 희생을 나타내며, 무화과는 성경에서 풍요의 상징으로 때론 심판의 상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석류는 다산과 부활을 상징하며, 배는 일반적으로 영적인 지혜나 진리를 상징할 수 있습니다.

 

그림 속의 과일 바구니 부분을 확대하여 보여주는 이미지
과일 바구니 부분 확대

 

  특이하게 사과가 썩어 있네요. 썩은 사과는 세속적 삶의 무상함과 인간의 불완전함을 상징합니다. 바구니의 과일이 가득 차 있더라도 그 안에 썩은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이 땅에서의 풍요와 삶이 덧없음을 강조합니다.

 

  과일 바구니에는 또다른 상징이 숨겨져 있습니다. 과일 바구니를 자세히 보시면, 바구니를 엮은 나무가 풀어져 있는데, 이는 물고기 모양입니다. 초대교회에 물고기는 기독교의 상징이었습니다. ‘ἰχθύς;(익투스)는 그리스어로 물고기를 뜻하는데,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비밀암호였습니다. 지금도 자동차나 기독교 용품에서 그리스어가 씌여진 물고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의 상징인 물고기를 보여주는 이미지
기독교의 상징인 물고기 (출처 : christianity.com)

  

 

  물고기 상징은 또 있습니다. 과일 바구니의 그림자를 자세히 살펴보세요. 바구니의 오른쪽에 물고기 꼬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린 후 카라바조는 55년 후 밀란의 Pinacoteca di Brera에 전시되어 있는 또 다른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전 버전과 비교했을 때, 이 그림은 더 큰 친밀감과 더 단순한 팔레트를 보여주며, 극적이고 거의 연극적인 빛의 처리와 결합되어 그 순간의 신성함을 강조합니다.

 

1606년에 그려진 &lt;엠마오의 저녁식사&gt;를 보여주는 이미지
엠마오의 저녁식사, 1606년, Pinacoteca di Brera

 

  카라바조의 그림은 얼핏 보면 성화로서 거룩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떨어지는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 속에는 기독교와 관련된 다양성 상징을 사용하여 신앙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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