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성화 묵상#5 램브란트 - 십자가에서 내려짐(The Descent from the Cross)
고난주간 성화 묵상 5번째 시간으로 빛의 화가 램브란트의 <십자가에서 내려짐>이란 작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그림 속으로 출발해 볼까요?
램브란트는 <십자가에서 내려짐 The Descent from the Cross>이라는 제목으로 1633년 판화와 유화를 제작했으며, 1634년에도 다시 유화를 그렸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공화국의 최고 통치자(Stadtholder)였던 오라녜 공 프레데릭 헨드릭(Frederick Henry, Prince of Orange)는 헤이그에 있는 자신의 개인 예배당을 장식하기 위해 램브란트에게 그리스도의 수난 시리즈(Passion Series)를 의뢰했습니다. 이 시리즈 중의 하나가 <십자가에서 내려짐>입니다.
이 작품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순간을 묘사합니다. 어두운 배경 속에서 강한 빛이 예수의 창백한 시신과 그를 둘러싼 주요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비춥니다. 이는 장면의 비극성과 신성함을 강조하며 극적인 효과를 높입니다.
예수님의 시신은 영웅적인 모습이 아니라, 죽음의 무게로 인해 축 늘어지고 힘없는 모습으로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됩니다. 동일한 주제의 루벤스의 그림에서 예수님은 근육질 한 모습으로 이상화하였습니다. 시신을 내리는 인물들의 힘겨워하는 표정과 자세도 현실감을 더합니다.
슬픔에 잠긴 성모 마리아와 주변 인물들의 비통한 표정, 그리고 시신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경건한 태도가 섬세하게 포착되어 있습니다.
머리에 터번(turban)과 같은 화려한 두건을 쓰고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아리마대 요셉 (Joseph of Arimathea)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시신을 빌라도에게 요구했던 부유한 공회 원으로, 예수님의 시신을 무덤에 안장할 수 있도록 제공했던 인물입니다.
예수님의 다리 부분을 붙잡고 있는 남자는 니고데모(Nicodemus)입니다. 밤에 예수님을 찾아갔던 사람으로 장례를 도왔습니다(요 19:39).
성모 마리아(Virgin Mary)는 십자가 아래에서 실신하여 쓰러져 있는 상태입니다. 옆에 앉아 있는 여성이 마리아를 돌보고 있네요.
다리 위에서 푸른 베레모를 쓰고 예수의 몸을 붙들고 있는 인물은 렘브란트 자신입니다. 그는 종종 자신의 얼굴을 그림 속에 포함시켜 직접 성스러운 사건에 참여하려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찬송가 중 “거기 너 있었는가? 그 때에”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램브란트는 마치 그 질문에 응답하는 듯 그림 속에 자신을 등장시켰습니다. 고난주간 우리가 십자가를 묵상할 때 램브란트처럼 자신을 십자가 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레데릭 헨드릭은 1633년에 완성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와 <십자가를 세움>에 크게 만족했다고 합니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 덕분에 렘브란트는 이후 10여 년에 걸쳐 <승천>, <매장>, <부활> 등의 수난 시리즈를 계속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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