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성화 묵상#7 카라바조 – 성 토마스의 의심(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고난주간 성화 묵상 시리즈 마지막으로 부활주일에 묵상할 수 있는 그림을 준비했습니다. 카라바조의
카라바조의 < 성 토마스의 의심>입니다.
<도마의 의심>이라는 주제는 오랫동안 다양한 작품들이 그려졌는데, 특히 부활의 물리적 증거와 믿음의 본질을 탐구하는 중요한 소재였습니다.

이 그림은 이탈리아 은행가이자 예술 후원가였던 빈첸초 주스티니아니(Vincenzo Giustiniani)가 카라바조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에게 의뢰한 작품으로 그의 후원자의 신앙심과 예술적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참고적으로 당시 카라바조는 로마에서 명성을 얻으며 활동하던 시기였으며, 아직 살인으로 인한 도망자 신분은 아니었습니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이 그림은 원래 문 위(sopraporta, 문 위쪽 벽면 공간에 설치되거나 걸리는 그림, 부조, 장식 패널 등 예술 작품)에 걸리도록 제작되어, 관람객이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더욱 강렬한 인상을 받도록 설치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그림에는 어떠한 소품도 등장하지 않고 오직 예수와 세 명의 제자만이 짙은 어두움을 배경으로 밝은 조명 속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카라바조는 도마가 자신의 손가락을 예수님의 옆구리 상처에 직접 넣고 있는 극적인 순간을 특유의 사실주의와 강렬한 명암 대비(키아로스쿠로)를 사용하여 표현했습니다. 카라바조는 인물들을 이상화하지 않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냈습니다. 도마의 손톱 밑에 묻은 때와 제자들의 평범한 외모와 허름한 옷차림은 당시 종교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사실주의적 접근을 보여줍니다. 이는 종교적 주제를 대중에게 더 친근하게 전달하려는 카라바조의 의도를 반영합니다.
네 명의 시선을 주목하고 있는 것은 예수님의 옆구리에 난 상처입니다. 상처 입은 모습과 그 상에 손가락을 넣고 있는 사람은 도마입니다. 다른 두 인물은 분명하게 알 수 없지만 베드로와 요한으로 추정됩니다. 도마는 눈을 크게 부릅뜨고 상처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는데, 이마에 잔주름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카라바조가 도마의 손 외에 다른 제자들의 손을 그리지 않았다는 것은 오직 도마에게 집중하도록 만듭니다. 또한 도마는 또 다른 손은 자신의 옆구리를 만지고 있는 것이 의미심장하네요.
그림을 자세히 보면, 예수님께 도마의 손을 직접 잡아 상처로 이끄신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표정은 미묘하게 고통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네요. 상처 난 곳에 손을 집어넣는 것을 고통스러 하시는 것일까요? 아니면 부활하진 주님을 믿지 못하는 도마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일까요?
예수님의 옆구리 상처를 만지는 도마의 모습을 통해 카라바조는 믿음과 회의라는 주제를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사실 십자가 처형을 당한 자들에는 옆구리에 상처가 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손과 발에 흉측한 못 자국이 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옆구리는 상흔이었습니다. “그 중 한 군인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니 곧 피와 물이 나오더라”(요한 19:34) 로마 군병은 예수님이 정말 죽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창으로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른 것입니다.
도마는 바로 이러한 특별한 증거를 확인해야 믿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이르되 우리가 주를 보았노라 하니 도마가 이르되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 하니라”(요한 20:25)
부활하신 예수님이 도마에게 나타나셨습니다. "도마에게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요 20:2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도마는 예수님 옆구리의 상흔을 확인하고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요한 20:28) 이제 우리들이 도마처럼 고백할 차례입니다. 부활을 믿지 못하는 불신앙을 버리고 도마처럼 진실한 신앙고백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이상으로 고난주간과 부활주일을 위한 성화 묵상 시리즈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틴토레토의 <세족식 The Washing of the Feet> “구도가 독특해요” (7) | 2025.04.15 |
---|---|
고난주간 성화 묵상 #6 한스 홀바인 - 무덤에 안치된 그리스도(The Body of the Dead Christ in the Tomb) (2) | 2025.04.05 |
고난주간 성화 묵상#5 램브란트 - 십자가에서 내려짐(The Descent from the Cross) (0) | 2025.04.04 |
고난주간 성화 묵상#4 수르바란 -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Christ on the Cross) (0) | 2025.04.04 |
고난주간 성화 묵상 #3 하인리히 호프만 - 겟세마네 동산의 그리스도(Christ in the Garden of Gethsemane) (0) | 2025.04.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