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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토레토의 <세족식 The Washing of the Feet> “구도가 독특해요”

클래식아트 2025. 4. 15.

  다른 그림을 포스팅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고난주간이라 독특한 구조의 성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탈리아의 틴토레토의 <세족식>입니다.


  틴토레토(Jacopo Tintoretto, 1518~1594)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로 베네치아 화파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본명은 자코포 로부스티(Jacopo Robusti)인데, ‘틴토레토이란 별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은 염색공이란 뜻으로 그의 아버지의 직업인 염색공(tintore)에서 유래되었지요. 그는 강렬한 명암 대비, 역동적인 구도, 그리고 빠른 붓질로 유명하며, "일 푸리오소(il Furioso, 격렬한 자)"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세족식>은 신약성경 요한복음 13장에 근거하여 그린 작품으로 최후의 만찬(유월절 만찬) 중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손님의 발을 씻겨주는 것은 하인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자가 담당하는 것인데,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행동이었죠.

 

틴토레토의 &lt;세족식 &gt;을 보여주는 이미지
세족식, 1548-49년,  210 x 533cm, 프라도 미술관

 

 

  이 작품의 구도 역시 충격적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예수께서 주인공이기에 가운데 있어야 할 텐데 너무 오른쪽 구석에 위치하고 있네요. 화폭의 중앙에는 충절(loyalty)과 헌신(faithfulness) 상징하는 강아지 한 마리가 그려져 있네요. 틴토레토가 이렇게 독특한 구도로 그림을 그린 것은 성당의 출입문과 관련이 있습니다.

 

성당 내부의 뒤쪽에 바라본 모습

 


출입구가 보이는 성당 내부의 모습

 

  이 작품은 베네치아의 칸나레조(Cannaregio) 지구에 위치한 산 마르쿠올라 성당(Chiesa di San Marcuola, 산 마르코 성당이 아님)에서 제단화를 의뢰하여 그려진 것입니다. 이 작은 성당의 출입문 위치가 특이합니다. 신부님이 미사를 집례 하는 제대(祭臺 main altar)의 반대편에 출입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왼쪽에 있습니다. 구글링 해서 성당 내부의 모습을 살펴보니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오른쪽에도 출입구가 보이는 거 같네요. 하지만 출입구는 왼쪽 노란 원에서만 있습니다. 빨간색 직사각형은 <최후의 만찬>인데. 이 작품도 성당 측에서 틴토레토에게 의뢰한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성당 안으로 들어오면, 제대(개신교에서는 강대상)가 왼쪽에 있겠지요. 제대의 오른쪽 벽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바로 이곳에 <세족식> 그림을 걸어놓을 계획이었죠. 이러한 성당의 구조를 염두해 둔 틴토레토는 성당에 들어왔을 때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예수님의 모습이 보이도록 했던 것입니다아래에 있는 이미지에서 파란 원 안이 <세족식>이 걸려 있는 위치입니다.

 

성당 내부 오른쪽의 벽면

 

  현재 <세족식>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이 너무 커서 성당의 구조와 조화를 이루지 못해 성당 측에서 처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성당에는 카를로 리돌피(Carlo Ridolfi)가 제작한 복제품이 걸려 있답니다. 참고로 아래 이미지에서 보이는 것처럼, 제대의 왼쪽 벽에는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성단 왼쪽의 벽면

 

 

  그림의 구도를 이해했으니 이제 그림을 살펴볼까요? 그림의 배경은 당시 베네치아의 건축 양식을 반영하여 사람들에게 더 친근감을 주고 있네요. 긴 원근감이 강조된 가운데 빛과 어두움이 대비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과 물을 따라주는 여인, 그리고 11명의 제자들이 보입니다. 가룟 유다는 배반을 위해 자리를 떠났기에 12명이 아닌 것 같네요. 제자들은 믿음, 놀라움, 혼란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겉옷을 벗은 채 자세를 낮추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줌으로써 겸손, 섬김, 사랑에 관한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발을 씻어주는 사람이 베드로입니다. 처음에는 예수님께서 발을 씻어주는 것이 부담스러워했지만, 한 발을 대야에 넣으며 받아들이고 있네요. 베드로의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제자들의 모습이 흥미롭네요. 나름대로 세족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흰 테이블 왼쪽의 두 제자는 사이좋게 샌들을 서로 벗겨주고 있네요.

 

  이 작품은 산 마르쿠올라 성당을 방문해서 감상해 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네요. 성당 안으로 들어서며 직접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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